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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기 부위 헐고 눈 염증땐 베체트병 의심”

ADMIN   2018-10-31 16:45   5949


이은소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

▲  지난 6일 이은소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본원 연구실에서 베체트병 의심 환자의 말초혈액으로부터 얻은 유전자(DNA)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베체트병(Behcet’s disease)의 다른 이름은 실크로드병이다. 베체트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국가를 시작으로 터키, 몽골, 중국, 우리나라, 일본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따라 주로 분포해 있다. 북·남미에서는 드물게 발병되며, 학계에서는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하던 현생인류의 특정 유전자가 주변 환경과 만나 베체트병이 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이를 연구했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오노 교수는 실크로드를 따라다니면서 주민들의 유전자를 분석, 이들의 6번 염색체에 HLA-B51이란 특수 공통 유전자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베체트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6일 우리나라 베체트병의 권위자 이은소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이 교수는 “베체트병 환자의 85%는 쉽게 치료되지만 병을 방치하면 중추신경계 침범, 심혈관계 침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 그 사망률이 3~4%에 이른다”며 “장기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입이 수년에 걸쳐 허는 등의 증상이 보이면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84년 연세대 의대 피부과를 졸업했고 현재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와 의학문헌정보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베체트병이란.

“베체트병은 발견자인 터키의 피부과 의사 훌루시 베체트의 이름을 따 명명된 질환이다. 베체트는 1937년 반복적인 구강 아프타궤양, 외음부궤양, 눈의 포도막염의 증상들이 복합돼 나타나는 독특한 증후군을 발견하고 이를 하나의 독립된 병으로 정의했다. 기원전 5세기에 히포크라테스도 하나의 증후군으로 명확히 정의 내리지는 못했지만 입과 성기 부위가 자주 헐고, 눈에 염증이 반복되는 피부질환이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이 병은 극동아시아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고대 실크로드를 따르는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실크로드 질환으로도 알려져 있다. 만성적으로 전신의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호전과 악화가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베체트병의 원인은.

“베체트병의 원인은 아직도 많은 가능성만 제시됐을 뿐 밝혀지지 않았다. 중금속 중독설, 바이러스 감염설, 박테리아 감염설, 자가면역 기전설, 유전적 측면 등이 가능한 원인들로 연구되고 있다. 일단 유전적 배경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까지 베체트병에 대한 확실한 유전방식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유전적인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들이 나와 있는 상태다. 베체트병의 지역분포가 터키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을 잇는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나타나며 질환자 대부분이 유전자 HLA-B51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베체트병 환자군도 남미로 이민을 가서 살게 되면 후대로 갈수록 베체트병 발현이 줄어들기도 한다. 단일 원인보다 이런 유전적 특성과 환경, 개인의 면역성 등 복합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베체트병의 증상은.

“반복되는 구강·외음부궤양, 피부증상, 눈 염증 등이 주 증상이다. 구강궤양은 환자의 80% 이상에서 최초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90% 이상의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이다. 환자마다 그 증세가 매우 다양해 피곤할 때만 한두 군데 허는 정도의 환자가 있는 반면, 1년 내내 입이 헐어 있는 상태의 환자도 있다. 피부 증상 또한 다양한 양상을 띠어 다리에 통증이 있는 여러 개의 붉은 멍울이 나타나거나 다양한 부위에 걸쳐 피부가 잘 곪고 상처가 아물지 않기도 한다. 눈의 염증은 포도막염, 홍채염 및 망막혈관염 등이 호전과 악화를 되풀이해 시력이 감퇴하거나 드물게 실명도 한다.”

 

―베체트병의 유병률은.

“국내의 경우 1961년 베체트병 환자가 문헌으로 처음 보고됐다. 이후 매우 드물게 환자가 보고돼 오다 1980년대 이후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베체트병으로 진료 받은 환자의 수는 1만9815명(남자 6976명, 여자 1만2839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진단이 잘못 내려지는 경우도 많아 확실한 수치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10만 명당 11.9명의 유병률을 보이고, 중국은 10만 명당 14명, 터키는 1만 명당 8~37명으로 나타난다.”

 
―베체트병의 치료법은.

“베체트병은 대개 장기간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베체트병의 단일 치료제는 개발되지 못한 상태여서 단일약제의 투여보다 부작용을 줄이면서 환자의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복합투여 방식이 이뤄진다.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실명이나 중추신경계 침범, 위장관 침범 등 심각한 후유증 발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현시점에서 베체트병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장 천공이나 동맥류 형성, 혈관 폐색, 혹은 심장 침범 등의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도 시기를 잘 판단해 이뤄져야 한다. 수술을 해도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거나 염증 등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수술 후 충분한 치료기간이 필요하다.”

 

―베체트병의 예방법은.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입안이 지나치게 자주 헐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전 인구의 30%는 피곤할 경우 입이 헌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이상 입이 허는 증상이 6~7년 정도 계속된다면 베체트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조기진단은 빠른 치료로 이어져 심각한 증상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긴장과 과로는 베체트병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자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