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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병' 자가면역(自家免疫)질환, 희망이 보인다

ADMIN   2018-10-31 16:46   5915


Hstory 자가면역질환
질병 진행 막는 약 잇달아 개발 
류마티스 관절염·루푸스 약 
부작용 적고 염증 억제 효과 커

 

'평생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병'으로 알려진 자가면역(自家免疫)질환의 치료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자가면역질환은 염증을 없애는 치료만 할 뿐, 장기 손상 등 질병 악화는 막지 못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의 발병·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와 염증 전달 물질이 하나 둘씩 발견되면서 이를 억제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생물체에서 유래한 재료로 만든 주사제)가 개발됐다. 대부분의 생물학적 제제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T세포(면역세포 일종)의 과도한 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을 발견, T세포 활동에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TNF-α)의 작용을 억제해 염증과 병의 진행을 막아준다. 환자의 3분의 2에서 효과가 있다. 기존에는 온몸의 염증만 막아주는 스테로이드제를 쓰거나, 항암제 등 항류마티스 약물을 써서 염증은 없애지만 정상세포까지 파괴되는 등 부작용이 심했고 치료율도 높지 않았다.

 

 

▲ 환자의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평생 고통을 겪어야 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가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나오고, 주사제 대신 먹는 알약 형태의 제제도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은 의사가 생물학적 제제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는 "최근 루푸스에만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도 개발됐고, 베체트병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루푸스의 경우는 B세포(면역세포 일종)의 과도한 활동을 막아 염증을 억제하며, 현재 스테로이드제나 항류마티스 약물이 듣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쓰고 있다.

환자에게 편리한 약 개발도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알약 형태의 제제가 나왔다. 생물학적 제제는 1주일에 1~2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 약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승인을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지종대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자는 장기간 약을 투여해야 하는데, 알약은 주사제보다 쉽고 편하게 투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의학'이라는 개념을 도입, 이미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병이 진행될수록 관절·콩팥·뇌·폐·심장 등의 장기가 파괴된다. 박성환 교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킨 뒤, 연골·뼈 등 손상된 조직을 만들고 이를 이식해 치료하는 연구가 동물실험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면역세포(Th17)가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치료제 개발, 암 세포를 파괴하는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하는 시도 등도 이뤄지고 있다. 박성환 교수는 "15년 전에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한 것처럼 여러 의학적 연구와 시도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자가면역질환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

면역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변해 자기 몸에 있는 세포나 조직을 적(敵)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항체(자가 항체)를 만들고, 이 항체에 의해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강직성 척추염, 베체트병이 대표적이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