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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30대 남성 위협하는 ‘베체트병’

ADMIN   2018-10-31 16:47   6723


#32세 남성 J씨는 여느 직장인처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업무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몇 해 전부터 입 안에 혓바늘 같은 궤양이 생겨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J씨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궤양은 점점 심해졌다. 입안이 헐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로가 원인인 것 같아 휴가도 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얼마 전에는 몸에 붉은 홍반까지 생겨 결국 병원을 찾은 J씨는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혓바늘 같은 궤양으로 시작

베체트병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만성재발성 전신염증질환’으로 볼 수 있다. 몸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염증이 발생하는데 개인에 따라 병 진행 속도가 다르고 심한 경우 발병 후 1~5년 내 위장에 궤양과 출혈이 생기거나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초기증상은 J씨처럼 입 안에 지속적으로 혓바늘 같은 궤양이 생기는 것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2~10mm 지름에 다양한 깊이의 궤양이 생겨 심할 경우 식사는 물론 말하는 것 조차 어려워진다.

단순히 입 안에 궤양이 생겼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베체트병은 반드시 다른 부위 병변들이 함께 나타난다. 성기 외부에도 구강 내와 같은 궤양을 보이고 피부에는 모낭염과 붉은색의 압통을 동반한 결절이 생긴다. 또 여드름과 유사한 피부발진이 함께 나타난다. 

 

 

베체트병은 단순히 피부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는 “베체트병은 혈관종류와 크기에 상관없이 혈관이 지나는 곳 어디든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 어느 곳에든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화기에 염증이 나타나면 장기가 헐면서 문제가 생긴다. 심하면 복막염에 이르기도 하는데 환자의 10~20%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생식기 염증도 흔한데 잘 관리되지 않을 경우 소변을 보는 것이 힘들어지는 등 비뇨기와 생식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호전·악화 반복…실명위험도

또 ‘베체트병’을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많이 거론되는 이야기중 하나가 바로 ‘실명’이다. 베체트병은 혈관이 지나는 곳 어디든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안구혈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흔히 발생되는 안구염증은 ‘포도막염’으로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포도막은 혈관이 풍부하고 결합조직이 많아 염증이 생기기 쉬운 부위로 과거에는 베체트병환자의 실명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관리가 잘 돼 발병 후에도 다행히 시력을 잘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베체트병은 보통 20~30대 남성에게서 많이 보인다. 국내에는 약 2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희귀성난치병 중에서도 환자가 많은 편이다. 특히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젊은이들에게 많이 발병돼 염증으로 고통 받고 실명에 이르면 치명적이다. 

사망률이 높은 병은 아니지만 분명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베체트병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낙담할 필요는 없다. 김 교수는 “희망적인 것은 베체트병은 평생 심해지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염증을 가라앉히며 조절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심이 가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베체트병은 다양한 증상이 있어 각각의 증상에 맞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협진체계가 이뤄져야한다”고 설명했다.
 

베체트병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장기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베체트병 단일치료제는 없어 현재는 환자의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체트병의 조기 진단이 필요한 것은 실명, 염증의 중추신경계침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최대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치료는 심각한 증상의 발현을 예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와 피로는 베체트병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환자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질 좋은 영양섭취, 꾸준한 운동 등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통해 자신의 컨디션 유지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